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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 왜곡·폄훼에 39년째 덧나는 상처

신군부 기록 은폐·가해자의 사과 없는 역사 등이 왜곡 반복 초래
“비극 역사 희화화·조롱 행위는 사상·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어”
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 시급… 5·18정쟁 도구로 삼는 행위 멈춰야

2019. 05.23(목) 17:14


5·18민주화운동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39년째 역사 왜곡·폄훼가 이어지고 있다.
‘5·18 총사령관’ 전두환씨를 비롯해 가해자들은 반성은 커녕 권력 찬탈과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사상·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역사 왜곡과 선동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급기야 신군부의 총칼에서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광주 금남로에서까지 5·18을 부정하는 집회가 열렸다.
5·18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유족과 광주시민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것이다.
5·18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략적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역사는 올곧은 진실 규명 앞에 바로세울 수 있고 진일보 할 수 있다. 학계와 5·18 연구진이 본 역사 왜곡 반복 배경·근절 방안을 되짚어본다.
◇5·18 왜곡·폄훼 왜 지속되나
23일 5·18기념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신군부 세력이 집권한 12년 동안 시민을 학살한 역사는 철저히 왜곡·은폐돼 왔다.
신군부 세력은 1985년과 1988년 범정부 차원의 군 비밀조직(511연구위원회, 511분석반, 80위원회, 육군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이들 조직은 1980년 5·18 당시 발포 경위와 사망자 수, 부대 투입 일시·장소, 최초 사격 근거 등 군에 불리한 모든 내용을 조작하거나 감췄다. 보안사는 5·18 관련 자료를 1996년 일괄 폐기했다.
신군부 세력은 군 비밀조직이 만든 논리로 1988년~1989년 국회 청문회(광주특위)에서도 자료 제출·증언을 거부하며 진실을 덮기 급급했다.
민자당은 1990년 7월 5·18 보상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이는 ‘가해자의 사과 없는 역사’를 만드는 단초가 됐다.
1995년 12·12 및 5·18 검찰 수사, 1997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전두환·노태우·정호용에게 적용된 내란목적 살인행위는 1980년 5월27일 진압작전 과정에서 숨진 17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자위권 발동에 따른 정당방위로 인정됐고, 사법부가 독재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독재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두환·노태우는 이른바 정치적 봉합에 따른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고, 그릇된 과거 청산 없이 5·18 기념·계승이 진행돼 왔다.
이처럼 ‘역사 지우기’, ‘반성 없는 화해 조치’, ‘5·18 정쟁화’, ‘무너진 법치주의’는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었다.
헌정 유린에 목숨을 걸고 항거한 시민들은 ‘폭도’로 폄훼당했고, 희생자가 반인륜적 폄훼의 대상이 됐다.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총 8차례의 국가기관 조사가 있었지만, 5·18은 대부분 희생·피해자에 대한 기록으로만 채워졌다.
‘가해 기록의 부재’는 5·18을 역사·사법적으로 종결된 과거의 사건으로 인식되도록 했고, 왜곡·폄훼의 빌미가 됐다.
전두환씨는 회고록을 통해 역사를 또 부정했고, 각종 출판물과 웹사이트·온라인 방송에서 5·18 허위 사실이 유포됐다.
올해엔 국회에서까지 ‘폭동’ ‘괴물집단’이라는 5·18 망언이 쏟아졌다.
망언은 ‘5·18 유공자 특혜설’이라는 가짜뉴스 유포와 현행법상 금지된 ‘가짜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는 혐오 정치의 한 사례“라며 “일부 극우보수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인권 유린·과거 청산에 대한 국가의 책임 방기 ▲미흡한 사회문화 의식 수준 ▲지역·반공주의를 덧씌운 일부 정치권의 행태 등도 왜곡 반복 배경으로 꼽힌다.
◇왜곡 처벌법 제정 등 정치권 결자해지 시급
전문가들은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세력과 일부 극우세력 등이 5·18을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철저한 자기 반성 또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곡이 반복된다. 일부 정치권이 5·18 부정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실을 밝혀 역사·사법적 단죄를 하고, 가해자로부터 사죄를 받아 왜곡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제 민주화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부소장은 “5·18을 더이상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며 “국가폭력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기록, 국가폭력 공간 온전한 보존, 민주·인권 가치의 보편·현재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찬호 민주화기념사업회 국제협력담당도 “5·18의 당사자였던 군 당국을 비롯, 사법·수사·공공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역사 교육이 필요하고 국가폭력과 인권 유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을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추적·처벌해야 공권력의 오남용이 사라진다. 은폐된 진실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역사 왜곡을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자정력이 미흡하다. 선동과 혐오를 예방하기 위해선 5·18 왜곡 처벌법 제정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용주 5·18 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보수성향 단체의 세월호 폭식투쟁과 금남로 유공자 명단 공개 집회는 인권 유린 행위다. 역사의 비극을 희화화하고 우롱하는 행위는 도덕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며 “미국 등은 혐오 표현 세력의 자금 추적원까지도 찾아 처벌하고 있다. 법적 제재 등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역사 부정 국면은 역설적으로 5·18 왜곡 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각종 핵심 의혹 규명과 함께 신군부 세력의 언론 검열·통제, 군 기록물 은폐 행위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공 잔존 세력들을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5·18을 국론 분열과 지역주의의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역사 왜곡을 일삼은 이들을 공직에 발을 들이게 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유해한 사이트(민주화 역사·여성·노인 등을 혐오)도 없애야 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맹점’과 ‘독일 형법의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 규정’ 등을 예로 들며 “권위주의적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집단 살해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는 행위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서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5·18을 부정·왜곡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남북관계·경제 문제 등도 ‘정쟁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왜곡을 뿌리뽑기 위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행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재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도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역사를 부정하고 혐오 발언을 일삼는 것을 뿌리뽑아야 한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 보수집회 인터넷 방송 생중계 등은 수익구조가 얽혀 있다. 역사 왜곡 배후 세력의 만행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명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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