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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4차 방중, 다목적 포석 깔린 ‘묵직한 행보’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사실상 확정 시사
향후 중국을 협상에 본격 개입시킬 전망
핵보유국 은근 강조… 협상력 높이려할 듯

2019. 01.08(화) 17:1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4차 중국 방문은 다목적 포석이 깔린 행보로 해석된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 일정이 사실상 확정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연초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중국이나 북한 모두 부담스러운 일정일 수 있다. 그런데도 방중이 이뤄진 것이다. 한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정상의 ‘전략적 회동’이 미국이나 한국 등에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이같은 정황을 미루어 해석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확정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둘째, 북중정상의 ‘전략적 회동’은 미국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다. 북한과 중국이 동맹국가이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비책은 북중 양국이 조율해 마련할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정전협정 당사자는 중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세 나라다. 따라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북미협상에 개입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방중 행보는 이같은 전제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최 여부가 오락가락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훼방하고 있다”고 불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세 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알현’했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앞두고 2차례, 회담 직후 한 차례였다. 심지어 중국이 내준 비행기로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이 뭐라 하든 북한은 중국과 혈맹관계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행보였다.
이번 방중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어달 전부터 수시로 연초에 2차 북미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고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여러차례 자랑함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지만, 김정은 위윈장은 시진핑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지 설명하고 ‘재가’를 받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신년사에서 자신의 방중 행보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아예 못을 박아둔 점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루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의 당사자인 중국은 충분히 관여할 자격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훼방한다고 시비걸지 말라고 말하는 셈이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북미중 3자협상을 열어 한반도평화체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마저 있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면전에서 중국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부터 지속적으로 미국에 제재완화를 촉구해 왔다. 특히 10월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중국과 러시아를 순방하면서 제재 완화를 위한 3국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길” 운운하면서 미국이 제재를 풀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이같은 노력은 미국이 조금이라도 제재 완화에 동의하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앞장서 무력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이 만족스러울 만큼 제재를 푼다면 좋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가 느슨해지는 조짐만 보이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교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풀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대부분 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특구가 신속히 재개된다면 북한으로선 사실상 북미 핵협상을 지속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같은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국제 경제·금융 체제에 편입돼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와 관련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공산국가가 개혁개방을 시작한 뒤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지원을 받기까지 몇 년 이상 걸린 전례가 있다. 이를 잘 아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미빛 경제 전망’에 쉽게 혹하진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국제경제체제로 편입하기 위해선 북한은 완전한 핵포기는 물론 내부의 경제, 행정 시스템을 완전히 공개하고 개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체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 북한의 핵무기는 이 체제 위기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결국 북한은 2차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핵포기에 합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 구체적 일정과 비핵화 대상에 낱낱이 합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년사에서 ‘이미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적이 없다) 기정사실로 밝힌 것은 이같은 의도를 바탕에 깔고 있음을 방증한다.
북한 입장에서 ‘완전한 핵포기’는 북한이 ‘완전한 정상국가’로 전환한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는 제조, 시험, 사용, 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말로 해석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중국 도착 전에 양국 정부에 의해 공식 발표됐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일성 총비서의 방중 당시와 비교하면 비밀주의가 거의 사라졌다. 지난해도 과거보다는 공개적이었지만 올해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부터 ‘정상국가의 안정된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비밀취급으로 얻는 신비감과 카리스마보다 현대적 지도자로서 이미지가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정은의 방중 행보는 북한이 단기적으로 2차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단기 협상 전술은 물론 이후 중장기적 생존 전략까지를 모두 반영하는 ‘묵직한 행보’로 보인다.
/한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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