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 논란 여파가 11일 513조원 규모의 내년도 ‘초슈퍼’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로까지 번졌다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조율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김 의원의 막말 논란에 따른 여야의 기싸움으로 첫 회의부터 정회됐기 때문이다.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예산소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결의대회’에서 ‘이해찬이 2년 안에 죽는다’는 한 택시기사의 말을 그대로 전해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예산소위가 개의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예결위원장이 여당 대표에게 금도를 넘어서는 발언을 해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예결위를 원만하게 이끌어야 할 분으로서 국민 입장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앞으로 정상적인 심사를 위해서는 최소한 위원장의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당시 고성·삿대질로 논란이 됐던 강기정 정무수석의 사례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운영위에서 있었던 일로 정무수석이 나왔고 국무총리까지 결국 사과했다”며 “원만한 진행을 위해 그런 것 아니겠냐. 최소한의 사과표명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도 “전언(傳言)을 했다고 하지만 당 대표를 갖고 그런 것은 잘못한 것”이라며 “아무리 패러디나 응용이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 한마디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사과 요구가 정치쟁점화 시도라며 반발했다.
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내용을 보니 농담조로 얘기를 전한 것이더라. 우리가 그런 부분을 갖고 여기서 쟁점화한다면 원만한 진행이 어렵다”며 “예산소위가 513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심사하는 곳이니까 예산 중심 얘기를 하고 정치적인 부분은 거론하지 않고 넘어가면서 자제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강 수석의 태도 논란에 이낙연 총리가 사과했던 전례에 대해서는 “(강 수석 논란은) 국회 운영위의 공식 회의 자리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고 이것은 어찌보면 사담과 비슷한 수준의 얘기니까 전적으로 달리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완수 의원도 “우리가 강 수석 문제를 말한 것은 예산심사 과정에서 있었던 것 아니냐. 그런 부분은 당연히 사과나 해명이 필요한 것이고 이것은 예산 심사나 예결위와 관계없이 김 위원장이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 폄하한 것도 다 사과했냐”며 “왜 예결위 심사장에서 그 얘기를 꺼내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예산안 심사와 관계가 있다고 하면 우리가 물론 사과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치 공격 밖에 더 되겠냐”고 반문했다.
여야의 입씨름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제 발언으로 논란이 야기되고 예산소위 심사가 논란이 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제 발언은 누구를 비방하거나 정치적인 공격을 하려는 의도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논란을 빚어서 사과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수준과 정도가 있잖냐”며 “다른 분이 아니라 위원장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만에 하나 오해를 부른 것이 아니고 그런 마음이 (진짜로) 있다면 어떻게 위원장의 공정한 회의 진행을 기대하겠냐”고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정회를 요구했고 결국 김 위원장은 예산소위를 개의한지 11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1시50분 회동을 가질 예정이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커 예산소위가 바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