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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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3(목) 16:48
칼럼
신음소리
문민용 논설위원
  • 입력 : 2021. 07.28(수) 16:27
우리 몸에 나타나는 통증은 신체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경고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통증 발생 자체에 집착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이러한 신호 발생의 원인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
신음이란 병이 들었을 때 아파서 내놓는 병자의 앓는 소리다.
병중의 아픔은 병자만이 느끼고 남은 잘 모른다. 그러나 병들었을 때의 아픔은 당시에는 강하게 느끼지만, 병이 나으면 쉽게 잊어버린다. 병들어서 앓을 때의 고통을 안다면 모든 일에 조심하여 괴로움에 시달리는 시련을 겪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잊고 욕심을 내어 달려가기에 바쁠 때가 많다.
다시 고통에 시달리게 되어질 때에야 건강했던 순간에 대해 비로소 싸한 감동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아파서 앓으면 끙끙대는 신음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앓는다는 것은 가장 약한 상태, 따라서 가장 민감한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배가 아파 못 견디게 앓으면서는 함부로 먹은 것을 반성하며 앞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것을 골라 먹고 욕심내지 않으리라고 결심해본다.
상처가 나서 붕대를 감은 다리 때문에 끙끙 앓으면서는 발밑을 살피지 않고 부주의하게 헛디딘 것을 후회하고 앞으로 발걸음을 조심하겠다고 다짐한다.
내 손가락 끝에 작은 상처가 나든 지 무서운 난치병에 걸리든지 경증과 중증을 헤아릴 필요 없이 고통이고 아픔이다. 이렇게 나를 찾아온 고통은 집착하는 애인처럼 일상을 뒤로하고 오직 자기에게만 집중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사로잡혀 있는 동안에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집착하는 애인과 결별하는 순간 후유증이 좀 남지만 많은 부분에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니, 시간이라는 변함없는 약 덕택으로 금세 잊어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어리석을 만큼 쉽게 잊을 수 있어서 사람은 언제고 살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 되어지기도 한다.
명나라 말기의 문신 여곤의 책 《신음어》에는‘중국의 목민심서’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그 책 속에는 국가 경영의 길을 밝히고 관리들을 경계하는 가르침이 들어있지만 썩어빠진 세상을 견디는 수양의 방도가 가득히 들어차 있다.
명나라 말기의 타락한 세상에 대하여 가슴속에서 끙끙 앓으며 여곤은 스스로의 환부에 메스를 댄다. 그가 ‘많이 아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병과 고통에 대한 비유가 특히 날카롭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작은 티끌 하나만 들어가도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금방 눈알이 새빨개지며 따갑다. 잇몸 사이에 고깃점이나 생선 가시가 끼었을 때는 성가시고 불편하여 연신 혀를 움직이며 잇몸을 비비고 쯧쯧거리며 해결책을 찾게 된다.
우리의 몸은 본디 우리 소유가 아닌 것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하여 해결될 때까지 쉬지 않고 신호를 보낸다. 처음부터 저항력이라는 보호 기재를 장착하고 나왔기에 건강할수록 더 민감하게 대항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마음속에 슬쩍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가시나 고깃점 같은 불청객에 대해서는 턱없이 둔감하다. 태어날 때부터 씨앗이 심어져 있어 자라난 것도 아닌데 그 뾰족한 것을 꿀꺽 삼키고도 아무렇지 않다.
심지어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마음속에서 그것을 무럭무럭 키워 남들을 찌르는 데 써야 마땅하다고 우겨대기도 한다.
그리하여 욕심, 이기심, 질투, 교만, 뻔뻔함과 같은 가시와도 같고 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그것들이 어느새 아무런 이물감 없이 내 것이 되어버린다.
건강한 몸은 민감하다. 아픔에 빨리 반응하기에 질병에 대한 조기 대응이 빠르고 때로는 생명을 건지기도 한다.
건강하지 못한 몸은 무감각하다. 어디가 아픈지 몰라 병을 키워 몇 배 몇십 배 고통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마음은 몸과 다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픈 줄도 모르고 무감각하여 마음속에 가시나무 숲을 짓는 사이에 우리 마음은 신음도 없이 병들어간다.
병 속에 빠져버렸을 때 헤어지려고 해보지만, 의처증 환자처럼 더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기에 마음이 깊은 병 속에 파묻혀 버리게 된다. 그러면 삶의 즐거움과 진취성을 잃게 되고 부정적이고 불안감에 쌓이게 되어버린다.
우리는 마음의 통증과 고통에 대하여 지나치지 말고 빨리빨리 감각하고 신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신호는 도로에 설치된 신호등과 같아서 우리를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사고에서 막아줄 수 있다.
코로나에서 자유로워 지기 위해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많은 무리의 모임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간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대책을 무시하고 함부로 지내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작은 상처에도 민감한 것처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수록 크고 작은 삶의 가시에도 민감하게 대처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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