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옹호’ 사과 대신 유감… 성난 여론 달랠까

  • 즐겨찾기 추가
  • 2021.11.29(월) 17:52
정치
윤석열 ‘전두환 옹호’ 사과 대신 유감… 성난 여론 달랠까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5·18 프레임’ 갇힐 경우 자충수
정계 입문 넉 달만에 극우 정치인 낙인 외연 확장 차질
호남 지지율 하락 추세에서 급속도로 악화된 민심 부담
사과 대신 유감 표현 사용도 논란… 타이밍 실기 지적도
  • 입력 : 2021. 10.21(목) 17:09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두고 여론이 급속도로 싸늘해지자 뒤늦게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한 위임은 벤치마킹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성난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망언” 등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코너로 몰리자 발언한 지 사흘 만에 실언을 인정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주변 참모들의 건의에도 버티던 윤 전 총장이 ‘유감’ 표명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①여권의 ‘5·18프레임’ ②중도 외연확장 장애 ③호남 민심 악화를 의식한 당 안팎의 비판에 일단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기 전 “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전두환 옹호 발언의 진화에 나섰다.
그는 “저는 헌법 개정을 할 경우에 5·18 정신을 4·19 정신과 마찬가지로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며 “해운대 당협에서 제 발언은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그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에 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수용하며 태도를 전환하자, 추후 대선 본선에서 설익은 통치관, 왜곡된 역사관 등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중도층 이탈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집중적으로 비판을 가하고 당 내에서조차 부정적인 평가가 확산되자, 윤 전 총장으로서도 명분도 실리도 없는 만큼 서둘러 진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당내 경선 주자들은 공격 소재로 활용했다. 홍준표 의원은 “망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천박”, 유승민 전 의원은 “막가파식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이준석 대표는 공개적으로 라디오에서 “빠르게 논란을 정리하려면 본인의 정확한 입장 표명, 특히 이런 발언에 상처받은 분들에 대한 사과 표명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정치인은 어떤 발언을 할 때 본인 내심의 의도와 달리 국민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잘 헤아려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2019년 초 당내 의원들의 ‘5·18 망언’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아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민주당은 총선 내내 ‘5·18 망언’으로 몰아붙였고 통합당은 ‘5·18 프레임’에 갇혀 득표 전략에서도 차질을 빚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 역시 ‘5·18 망언’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지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정권과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계속 유지했다면 민주당은 대선 정국에서 이슈몰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5·18 프레임’을 다시 들고 나올 공산이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의 유감 표명을 두고 ‘극우 본능’이 부각되면 외연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두환의 정치와 경제를 찬양하는 윤석열 후보는 40여년 전 민주주의 압살했던 전두환의 대변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전두환 국보위가 이준석의 ‘윤보위’로 부활한 것 같다. 윤석열 후보는 언어가 미숙했던 게 아니라 극우 본능을 숨기는 데 미숙했던 것”이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경선 막판 ‘굳히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전두환 발언’을내뱉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지지층 응집력을 높이고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당원들이 밀집한 TK지역감정을 의식한 계산된 ‘연출’이란 것이다. 이는 ‘TK 보수’ 표심을 파고들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해석에도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자칫 ‘친(親)전두환’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은데다, 정계에 입성한 지 4개월 만에 극우 정치인으로 낙인 찍힐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중도층 뿐만 아니라 진보층으로까지 외연확장 전략을 중시하는 윤 전 총장으로선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유감 표명에 나섰을 개연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전두환 옹호’로 “호남 민심이 폭발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던 만큼 윤 전 총장의 유감 표명은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한때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이 15% 안팎을 기록하는 등 보수진영 대선주자로선 이례적으로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호남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역선택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양강인 홍준표 의원보다도 호남 지역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다.
호남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상황에서 ‘전두환 옹호’는 광주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에 대한 반감이 강한 호남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더이상 호남 여론 악화를 방치할 경우 본선에 오르더라도 경쟁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호남 출신 유권자 비중이 높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5·18피해자 분들이 아직도 트라우마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그분들을 제가 더 따뜻하게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마치 시혜적 차원에서 위로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이 ‘사과’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 진정성이 떨어지고 타이밍 상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은 “늦었을 수 있다”며 “5·18피해자에 대해 이 분들이 가질수 있는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 그 부분에 대해 말씀을 어제 드렸고, 어찌됐든 어떤 의도로 했든간에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으면 그걸 수용하는 게 맞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떠밀려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잘못된 역사관과 이상한 통치관에 대한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당 안팎의 견해다.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칼럼
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