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10개부문 후보작 '아메리칸 허슬'

부와 탐욕속 70년대 미국풍자

편집팀 tdh1234@naver.com
2014년 02월 20일(목) 17:45
이제는 데이비드 O. 러셀에게 믿고 보는 감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지난 2010년 '파이터'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 각종 영화 시상식을 휩쓸더니 이듬해 내놓은 '아메리칸 허슬'로 또 한 번 각종 시상식을 석권하고 있다.
전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두 남녀의 심리와 관계를 깊이 있게 그렸다면 '아메리칸 허슬'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얽힌 한 덩어리의 사건에 집중한다. 톡 튀어나온 배와 엉성한 가발을 붙여놓은 속 알 빈 머리, 대출을 주선 해주겠다며 수수료만 챙기는 교묘한 수법까지 주인공 어빙(크리스찬 베일)의 일상에 진짜는 없다. 연인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와 소소하게 5000불짜리 사기나 치며 살고 싶었던 어빙의 삶은 그들의 덜미를 잡은 FBI 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를 만나면서 점점 꼬여간다. 어빙을 이용해 거물급 범죄자를 잡아 성공의 발판을 만들어 보겠다는 리치의 원대한 꿈은 점점 제어불능의 수준으로 치닫는다.
'아메리칸 허슬'의 관계는 욕망으로 얽혀있다. 누군가는 범죄자로 몰아서라도 더욱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픈 리치의 욕망과 지긋지긋한 가짜 인생을 청산하고픈 어빙과 시드니의 욕망이 부딪치며 갈등을 만든다. 항상 골칫거리인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은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고, 리치의 수사 표적이 된 카마인은 시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위험한 사업에 손을 댄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을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때로는 은유적이고 때로는 직설적인 대사로 버무렸다. 영화 시작 스크린에 크게 담기는 어빙의 맹꽁이 같은 배와 가발을 듬성듬성 붙이고 선글라스를 쓰는 모습은 단 한 장면으로 그의 가짜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꽃향기가 나면서 동시에 퀴퀴한 매니큐어로 은유된 로잘린의 삶도 인상적이다.
밖에서는 유능한 FBI 요원인 것처럼 굴지만 집에서는 헤어 컬을 말아놓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는 리치의 이중적인 모습도 성공에 대한 그의 욕망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한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어빙의 대사와, 리치의 입에 붙은 발끝 휘날리게 라는 말은 여러 번 반복되며 점점 그 의미를 달리한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유머들은 웃음이 터지는 한 편 씁쓸한 맛을 남긴다.
젠틀한 이미지를 벗고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어빙으로 변신한 크리스찬 베일의 변신은 가히 압권이다. 능글맞게 툭툭 던지는 말투와 볼록한 배에 대머리인 외모까지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 로잘린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도 명불허전이다. 감독의 전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통해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던 제니퍼 로렌스는 '아메리칸 허슬'로도 이미 각종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휩쓸고 있다. 매력적인 사기꾼 시드니로 분한 에이미 아담스, 점점 폭주하는 리치를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 또한 제 몫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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