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극 '소서노' 무대 오른다

조정은, 고구려.백제 건국한 여장부역 '눈길'

편집팀 tdh1234@naver.com
2014년 03월 17일(월) 17:24
사랑의 결실을 보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주인공 '줄리엣'(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괴팍한 야수의 따뜻한 영혼을 발견하는 순수하고 밝은 소녀 '벨'(뮤지컬 '미녀와 야수'), 순수하고 감성적인 청년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마력의 여인 '롯데'(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자 출신인 '김생'과 사랑에 빠지는 양반집 규수 '홍랑'(뮤지컬 '피맛골 연가')….
뮤지컬스타 조정은(35)은 사랑받는 꽃다운 여인이었다. 또렷한 눈망울과 청순가련한 이미지가 한몫했다. 데뷔 10년째로 접어든 2012년부터 여인의 결이 좀 더 다양해졌다. 사랑을 받는 대신 현실의 슬픔과 절망 속에서 아픔을 끌어안았다. 지지부진한 삶을 힘겹게 헤쳐 나갔다.
자신의 삶을 저주하며 살았지만 돈키호테의 진심 어린 호소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알돈자'(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딸 '코제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판틴'(뮤지컬 '레 미제라블')이 그랬다. 안타까운 이 여인들은 조정은의 깨끗한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지난한 극중 상황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 받았다.
연인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웠고, 아들 온조와는 백제를 건국한 '소서노'는 그래서 조정은에게 어울린다. 한민족 역사 유일의 개국여제로 부를 만한 '소서노'는 용맹한 전사의 여자 영웅 이미지가 강하다. 언뜻 여리여리하다는 인식이 짙은 조정은에게 다소 낯선 캐릭터일 듯하다.
서울예술단(이사장 김현승)의 창작가무극 '소서노' 속 소서노는 그런데 여전사라기 보다 '대인'이다. 소서노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만큼,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fiction)을 더한 팩션(faction)으로 그녀의 결을 살려냈다.
조정은의 말마따나 무엇보다 '큰 마음'으로 "남자를 품어주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여성이다. 칼을 잘 쓰지만 무력으로 나라를 쟁취하거나 확장하지 않는다. 남성 중심적인 힘과 권력, 영토 확장이 강조되는 기존의 건국신화와 대비된다. 한국 공연 작품 중에서 드물게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만틈 포용과 화합, 사랑이라는 이념이 강조된다. 이에 따라 사랑을 받는 역부터 아픔을 체험한 역까지 고르게 경험한 조정은이 이를 두루 품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소서노는 공감할 줄 아는 리더죠. 그런 따뜻한 부분을 그리고 싶어요. 칼을 쓰기보다, 생명을 먼저 소중하게 다루는. 그런 소서노에게 많은 분들이 동희할 거라 믿어요."
서울예술단은 조정은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2002년 이 단체의 단원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데뷔했다. 이 작품 덕분에 신인상도 받았다. 2005년 '로미오와 줄리엣'에 다시 출연한 뒤 서울예술단과 이별했다. 객원배우로서 서울예술단과 9년 만에 작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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