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고작 이거냐…한국 국민이란게 창피”

실종자 가족들 “청와대 가서 따지겠다” 눈물의 행진

편집팀 tdh1234@naver.com
2014년 04월 20일(일) 18:50
더딘 구조작업 분노 폭발…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도
20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는 길은 멀고 멀었다.
고대하던 피붙이의 생환 대신 싸늘한 시신이 시커먼 바다 속에서 잇따라 인양됐다. 시시각각 고조된 가족들의 분노는 새벽 1시30분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북쪽으로 360km 떨어진 청와대로 향하는 첫발을 떼게 만들었다.
인근 팽목항에서 달려온 가족들이 합류하면서 청와대행 인원은 300여명을 헤아렸다. 이들은 버스편이 여의치 않자 도보로 청와대를 찾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실종자 구조지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닷새째 계속된 지옥 같은 기다림 속에서 체력은 이미 고갈됐을 터였다. 그럼에도 실종자 가족들은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이날 오전 8시5분께 기어이 진도대교 앞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경찰은 6개 중대 규모의 경력을 차도를 중심으로 2중3중 배치해 실종자 가족의 진도대교 진입을 저지했다.
경찰이 친 견고한 인의 장막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눈물 섞인 읍소가 이어지다 순식간에 욕설이 난무했다. 경찰은 아스팔트에 철심을 박은 것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중과부적. 경찰을 밀어낼 힘이 없었던 가족들은 8시30분께부터 차도 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고 발생초기부터 허둥대다 연신 실책을 저질러 구조작업 전체를 그르친 정부를 성토하는 즉석연설이 나오면 곧바로 사람 속에서 힘없는 박수소리가 났다.
가족들은 의경을 향해 비판과 조소를 쏟아 부으면서도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감정을 주체 못해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따뜻한 날씨 탓인지 차도 양옆에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여러 날 잠을 이루지 못했던 가족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얇은 모포를 깐 채 쪽잠을 잤다. 잠시 동안 평온이 온 듯했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강행군을 하느라 한동안 잊었던 자식 생각이 났는지 한 중년여성이 아스팔트 위에서 사지를 흔들며 비명을 질렀다. 지켜보는 의경이나 기자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 박모군의 생사를 아직까지 파악 못했다는 어머니 전모씨는 이미 체념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신 인양을 고의적으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에 알려진 구조작업은 시늉에 불과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이날 수킬로미터를 걸어온 이유에 대해 그녀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는 꺼내달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지치고, 힘들고, 창피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창피하고, 아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부모라서 창피하다. 내가 잠수를 못해 시신을 데리고 나오지 못하는 것도 창피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정부가 세운 대책이라는 게 과연 대책이었나”라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결국 우리 애를 죽여 놓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는 나올 눈물도 없다. 우리가 직접 바다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끝내야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조카를 찾고 있다는 길모씨는 “내 동생이 조카 찾다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 어머니도 아프다. 이러다 다 죽는다”고 빠른 인양을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언론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 대표는 “아무리 여기서 얘길해도 “(기자들은)명령체계에만 맞춰 일하지 않느냐”며 “얼마나 언론이 거짓말을 했으면 제 친척들도 여기 일을 뉴스 나온대로 믿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 때문에 국내 언론보다는 외국언론에 더 많은 인터뷰 시간을 할애했다.
NBC, NHK, UPI 등 해외언론들은 이날 실종자 가족의 행렬의 의미를 모국으로 타전했다.NBC 기자는 아스팔트 위에서 쪽잠을 청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경찰이 청와대로 향하는 성난 실종자 가족들의 행렬을 이처럼 가로막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농성을 이어가던 이들은 신속한 인양을 논의하는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현장 관계자로부터 약속받고 오전 10시30분께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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