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슬픔 딛고 일어설 때…안전의식 한단계 성숙

진상규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불신과 슬픔 더해 ‘씁쓸’
여객선 승선 절차 강화·화재대피 훈련 등 안전대책 진척
“투명한 진단·조사 등 … 감성 아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편집팀 tdh1234@naver.com
2014년 07월 23일(수) 17:58
세월호 침몰사고 99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해역에서 잠수사들이 수중 수색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뭘했나?’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 던져진 메시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전 국민적 정서를 이용해 불신과 슬픔을 부추긴 탓에 대형 재난을 통해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 나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걸음마 수준이지만 우리 사회의 미흡한 안전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에게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나 충남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사고와 같은 잊을 수 없는 반성의 기회가 이미 있었다. 똑같은 사고가 1년 사이 더 큰 규모로 되풀이된 것은 아픈 과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씁쓸하다.
그러나 “더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라는 구성원의 의식이 강해졌고, 비로소 정부는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해체를 골자로 한 ‘국가안전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신설키로 했다. 이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로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를 만든 것과 흡사하다.
해경과 소방 조직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느냐는 난관에 봉착했으나, 야당은 소방방재청과 해경을 국민안전부(가칭)의 외청으로 설치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다른 안전대책들도 더디지만 진척돼 가고 있다. 우선 연안여객선의 승선절차가 항공 수준으로 강화됐다. 지난달부터 신분증 없이는 여객선을 탑승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1975년 민방위 창설 이후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화재대피 훈련도 이뤄졌다.
시행 초기 잡음이 빚어진 고속화도로 운행 광역버스 좌석제도도 유관기관의 잇따른 개선책에 조금씩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연간 22억원 규모였던 재난의료지원예산은 내년(208억원)에 10배 가까이 증액된다.
대규모 재난 때 많은 수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재난거점 병원은 현재 20개소에서 35개소로 확충하고, 재난현장에 즉각 출동 가능한 재난의료지원팀(DMAT)도 약 1.7배(전국 65개→105개 이상) 늘린다.
교육부는 최근 3~4학급 단위로 수학여행을 가도록 권장하고 계약업체의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수학여행 시행방안’을 내놨다. 공직사회에서는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 몰입 중이다.
이밖에 응급처치 수업 신청이 조기 마감되거나 안전용품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는 점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은 재난과 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세월호 참사는 세계 7위의 수출국이자 13번째 경제대국이라는 수식어를 희석시켰다.
다시는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회 전체가 슬픔을 딛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새롭게 다져야 한다. 현재의 아픔을 포장하거나 덮어버리는 식이 되선 안된다는 의미다.
이는 크리스 알지리스 학자의 ‘조직 학습’ 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실패했을 때 재도전하는 단선회기학습(single loop learning)과 그동안의 생각 방식이나 가정에 의문을 던져 다시 검토하는 이중회기학습(double loop learning)이 있다.
크리스 알지리스 학자는 후자의 학습 이론을 들어 생각 전환이나 목표 변화가 없으면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면, 재난 발생시 재난안전 법령을 정비하고 조직을 만든 것은 단선회기학습에 불과하다. 재난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금 분석하고 바꿔나가는 이중회기학습 일 때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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