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스산한 팽목항서 끝없는 기다림… 9명 아직 돌아오지 못해

편집팀 tdh1234@naver.com
2014년 12월 28일(일) 17:40
“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국민 여러분 4월16일을 잊지말아 주세요”
지난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가슴 아픈 그 날의 외침이 어느덧 매서운 겨울바람이 돼 항구 전체를 감쌌다.
눈에 띄게 줄어든 발걸음은 스산함에 쓸쓸함까지 연출했다.
칼바람에 나부끼는 항구의 수많은 노란리본들만이 아직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실종자 9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 국민을 충격과 비통함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8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실종·희생자 가족은 여전히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정부의 수색종료 선언 뒤 자원봉사자와 정부 관계자들 마저 모두 철수했지만 이들은 차가운 바닷속 피붙이를 두고 차마 발길을 옮길 수 없었다.
주변 조립식 주택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다가오는 새해에도 그 날의 아픔을 잊지말아달라”는 한결같은 바람을 내보였다.
팽목항을 뒤덮고 있는 강추위에도 동생과 조카를 기다리고 있는 권오복(61)씨.
기다림의 바다와 맞닿아 있는 방파제를 매일 찾고 있다는 권씨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머무를 때는 오가는 사람들이 말벗을 해줘 쓸쓸함이 덜했는데 팽목항으로 옮긴 뒤 부터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헛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노란리본에 적힌 글귀를 보면 잡념이 없어지기 때문에 방파제에 자주 간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색마저 종료돼 세월호가 완전히 잊혀질 것 같아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인양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 돼 시신이라도 찾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들의 임시 숙소 입구에 설치돼 있던 ‘가족 외 출입 금지’ 표지판도 어느 순간 떼졌다. 팽목항을 찾는 발길이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시 가림막도 철거됐다.
하지만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보듬는 손길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대형 ‘노란리본’ 조형물을 비롯해 ‘기억 4·16’ 조형물, 희생자와 실종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 만이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진도를 찾은 한 희생자 가족은 “9명의 실종자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4월16일 참사의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새해가 밝아오는 그날도 우리에겐 2014년 4월16일이다”고 말했다. /이운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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