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연, 연기로 인간을 이해하다 영화 ‘무뢰한’서 작부 김혜경役… 미세한 표정 변화 등 삶에 지친 인간 표현 호평 편집팀 tdh1234@naver.com |
| 2015년 05월 26일(화)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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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42)은 이 짧은 순간에 김혜경이 어떤 인간인지 보여준다. 전도연은 김혜경을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체화(體化)한 후 몰입해 들어가 김혜경으로 잠시, 산다. 전도연이 보여주는 표정을 ‘연기한다’가 아니라 ‘산다’라고 말하는 건 그의 연기가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 인간을 이해한다. 그래서 전도연은 자신에게 허락된 짧은 시간에도 김혜경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해’라는 말을 하지 않고서는 그의 연기가 관객에게 와닿을 때의 뭔지 모를 ‘짓누름’은 도무지 설명될 수 없다.
김혜경은 작부(酌婦)다. 웃음을 팔고 언제라도 몸을 내줄 수 있는 여자다. ‘텐프로’ 술집에서 일하며 잘나가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나이를 먹고 빚도 졌다. 이제 그는 지방 도시 낡은 단란주점의 새끼마담이다. 밤이면 실내 포장마차에 들러 사탕 두 개와 함께 업소 전화번호가 쓰인 명함을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삶을 산다.
하류 인생, 이 설명만 들으면 관객은 김혜경을 인간 김혜경이 아닌 그저 밑바닥 삶을 사는 영화 속 인물로 간단히 뭉뚱그려 버릴지 모른다. ‘무뢰한’과 같은 장르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전도연의 김혜경은 기어코 관객의 마음을 친다. 미세한 표정 변화,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몸짓과 걸음걸이, 내던져진 대사에 김혜경의 마음이 전도연에 의해 담긴다. 이 배우는 자신의 표현처럼 개별적으로 “대상화된 캐릭터”인 김혜경을 우리와 다름 없는 ‘삶에 지친 인간’으로 보편화해 승화한다.
‘무뢰한’에서의 전도연의 연기를 보고 너무 자주 쓰이고, 아무렇게나 쓰여 절대 하고 싶지 않았던 표현을 결국 할 수밖에 없었다. 전도연의 연기는 완전하다.
“감정적으로 쉽고 편한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려워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난 영화제용 영화에 출연한 게 아니다.(웃음)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보고싶은 것만 보여주는 영화는 물론 아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돌직구를 던지 듯 만든 영화랄까.”
- ‘솔직한 이야기’라는 건 무슨 말인가.
“예를 들면, 관객이 인물을 잘 이해하게 하려면 그 인물에 대한 꾸밈이 있어야 한다. 뭔가를 덧씌운다. 쉽게 설명하는 거다. 하지만 ‘무뢰한’은 트릭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직선적이다. ‘난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대신 인물의 미묘한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해야하나. 사랑한다는 말이 어떻게 보면 꾸밈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서 오는 편하지 않은, 그런 솔직함이 있다.”
“연기 자체가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김혜경을 알아가는 게 힘들었다. 김혜경은 겉으로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난 그녀가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더라. 그녀에게서 살고 싶어 하는 희망이 보였다. 마음 속에 사랑에 대한 꿈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그 마음 안에 금방이라도 부숴질 것 같은 유리를 안고 있는 여자였다.”
-영화 속 어떤 캐릭터라도 그렇겠지만 김혜경은 매우 특수한 상황 속에 놓인 인물이다. 이 인물의 기본 설정부터 맞닥뜨리는 상황까지. 연기는 상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결국 자기 내부에서 뭔가를 꺼내야 하지 않나.
“맞는 말이다. 분명 내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마음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일 것 같다. 난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지만,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김혜경도 그런 것 같다. 김혜경은 솔직함이 무기인 사람이다. 그런데 그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솔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한다. 그게 타인과의 제대로된 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정재곤과도 마찬가지다. 난 그게 안쓰러웠다.”
-당신이 김혜경에게 느낀 그런 감정들을 연민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글쎄…. 연민은 아니다. 음…연민은 아닌 것 같다. 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픔 정도다. 잡을 수 있는데, 잡힐 것 같은데 잡지 못한 것, 그건 안타까움이지 연민은 아닌 것 같다.”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치고는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실제로 당신은 칸의 스타 아닌가.
“한국에서와 칸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내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덜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전도연은 ‘밀양’으로 연기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전도연이 나온 영화라고 하면 ‘어련히 연기 잘했겠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칸에서는 다르다. 칸에서 나는 기대감을 주는 배우다. 세계 영화인들이 내 연기를 또 기대한다는 것, 그건 내게 큰 자극을 준다. 내가 더 나아가야 할 길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를 나태하지 않게 한다. 칸은 내게 그런 곳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뻔한 질문 하나 하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뭔가.
“내가 스톱(stop)할 때까지 계속 연기하는 것이다. 혹자는 내가 이룰 것을 다 이뤘다고 말하고, 상도 받을 만큼 받았다고 말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메릴 스트리프도 그 많은 상을 받고도 계속 연기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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