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 “퀸 ‘보헤미안 랩소디’ 덕에 밴드 시작했죠”

뮤지컬 ‘위윌락유’, 주인공 ‘갈릴레오’ 역
퀸 히트곡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2019. 12.17(화) 16:15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가 속한 밴드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1992년 초. 내성적이던 청소년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기계음처럼 들리는 보컬들의 완벽한 화음에 전율이 일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기 전까지는 연주곡만 들었어요. 사람 목소리가 왠지 불안정하게 들렸거든요. 튠이 잘 돼 있는 악기들로 연주하는 연주곡이나 영화 음악을 좋아했죠.”
최근 서울 필동에서 만난 가수 겸 뮤지컬배우 정동하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인 영국 밴드 ‘퀸’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17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위윌락유 로열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위윌락유’ 라이선스에 출연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던 셈이다.
이 작품은 퀸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작년 10월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재조명된 퀸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퀸은 뮤지컬이 끝난 직후인 내년 1월 18,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도 연다.
정동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드라마틱한 구성은 혁신적이고 완벽해요. 갑자기 오페라가 되고 로큰롤이 나오는데 이질감이 없고 재미있어서 즐겁죠”라며 흡족해했다.
홀로 음악 듣는 것을 즐기던 정동하가 밴드를 시작한 것은 퀸 멤버들의 하모니가 부러워서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알고 나서 얼마 안 돼 마침 학교에서 밴드 모집 공고가 떴다. 그는 원래 키보드 주자를 지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키보드를 지원한 이는 그 혼자. 주변의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정동하는 대뜸 지원자가 많은 보컬로 지원을 해버렸다. 본인에게 몰린 관심이 분산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덜컥 합격을 했고 이후 그는 보컬의 길을 걷게 됐다.
2005년 부활 9대 보컬로 데뷔한 정동하는 2013년까지 정규 앨범 4장에 참여하며, 이 밴드 역대 최장 보컬로 남아 있다.
KBS 2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등을 통해 보컬 실력을 증명도 해왔다.
뮤지컬은 2012년 ‘롤리폴리’로 데뷔했다. 이후 ‘요셉 어메이징’ ‘잭 더 리퍼’ ‘노트르담 드 파리’ ‘두 도시 이야기’ ‘투란도트’ ‘에드거 앨런 포’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위윌락유’는 그간 정동하가 출연해온 뮤지컬과 결이 다르다. 영국 각본가 벤 엘턴이 시나리오를 쓴 이 작품은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세계 17개국에서 투어 공연을 해 1500만명이상이 봤다. 2008년 아시아투어의 하나로 성남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퀸의 히트곡 24곡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위아더챔피언’ ‘라디오 가가’ ‘섬바디 투 러브’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 ‘돈 스톱 미 나우’ 등 퀸의 히트곡을 엮었다. 이전까지 정동하는 뮤지컬에서 주로 클래시컬한 넘버를 들려줬는데 이번에는 록 기운이 물씬나는 넘버들을 소화한다.
지난 11일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인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 퀸에 대한 애정을 뽐낸 정동하는 “원곡이 뮤지컬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배치돼 전혀 이질감이 없다”고 했다.
뮤지컬은 세상의 변화를 도모하며 혁명을 주도하는 ‘갈릴레오’, ‘스카라무슈’와 세상을 통제하는 ‘킬러퀸’의 대립을 그린다. 정동하는 보헤미안들이 기다려온 드리머로 그들은 안내하는 갈릴레오를 연기한다.
국내 관객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코드와 이야기다. 정동하는 미래의 가상 현실 프로그램을 다룬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하면 된다고 팁을 건넸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감정을 통제 프로그램이 있어요. 음악이 사람들의 가슴을 열게 하는 키(Key)인데 그것도 통제돼 있죠. 갈릴레오를 중심으로 음악과 마음을 여는 이야기에요.”
정동하는 갈릴레오는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뛰어나거나 특출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스마트하지 않고 지질한 면도 있죠. 즉, 누구나 갈릴레오처럼 될 수 있는 거죠. 누구나 ‘자신 안에 영웅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어요.”
정동하는 음악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장르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록은 연주 하나, 호흡 하나에 자유로움이 섞여 있다는 것은 분명히 했다.
“록은 저항을 위한 음악이라기보다 속성 자체가 자유롭다 보니, 경직돼 있는 틀에서 계속 벗어나려고 하는 거죠. 상식과 생각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노래하려는 특징을 갖고 있는 장르인 거죠.”
정동하는 솔로 가수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 일정이 빠듯하다. 전국 투어 ‘스케치(SKETCH)’를 돌고 있는 그는 27, 28일 서울 종로구 상명대 계당홀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과거, 현재의 음악들을 말 그대로 스케치해서 우리의 삶을 그리자는 의도를 담은 공연이에요. 바빠도 무대는 제게 무선 충전기와 같은 존재죠. 하하.”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먼 훗날 본인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정동하는 “제 히트곡 하면 ‘생각이 나’ ‘운명 같은 너‘ 2곡 정도인데, 사실 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곡들을 발표하는 것이 ‘숙제’”라고 자가진단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음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삶에 녹아들고 싶어요. ‘음악은 현존하는 유일한 타임머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삶의 특정한 순간을 지금으로 데려올 수 있잖아요. 퀸의 음악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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