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구, 주정차 단속 무마 ‘파장’… 공직기강·행정신뢰 붕괴

전현직 서구 공무원·기초의원, 주정차 단속 무마·과태료 ‘특혜’
전산시스템상 ‘맹점’·공무직 감독 ‘허술’… 공직 기강 해이 ‘만연’
행정 신뢰 추락·단속 실효성 ‘구멍’… “만연한 특권·불법에 분노”

2020년 12월 21일(월) 17:39
광주 서구 공무직 직원들이 본인과 공무원·구 의원 등의 불법 주정차 단속 자료를 임의로 삭제, 과태료 면제 특혜를 누렸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부정이 싹튼 배경으로는 공무직 직원들이 직무엔 없는 전산시스템상 단속 자료 삭제 권한을 남용할 수 있었던 구조적 맹점과 함께 공직사회 안팎에 만연했던 기강 해이가 꼽히고 있다. 직급을 막론하고 단속 무마를 청탁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형평성·공정성을 지켜야 할 행정 신뢰는 무너져 내렸다.
21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서구 교통지도과 소속 공무직 직원 6명이 지난 2018년부터 3년여 간 주정차 위반이 적발된 본인·가족·지인 명의 차량의 단속 자료를 임의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 자료 삭제를 통해 과태료 처분을 면한 차량 228대 중 80여 대는 증거사진 불충분·중복 단속·번호판 인식 오류 등의 이유로 삭제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그러나 공무직 직원들에게는 업무상 전산시스템 내 단속 자료 삭제 권한 자체가 없어 직무를 벗어나는 행위를 했다.
공무직 직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단속 무마를 부탁한 이들 중에는 직급을 가리지 않고 5급부터 9급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전·현직 구 의원도 다수 거론되고 있다.
퇴직 공무원 중에는 고위급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무마를 청탁한 공무원·정치인의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는 모양새다.
다만 일부 공무원·구 의원 등은 의견 개진 심의위원회 등 공식 절차를 거쳐, 감면 사유가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가 사용 중인 주정차 단속 관리 전산시스템 ‘트래픽’ 상에는 공무직 직원 9명에게도 삭제 권한이 부여돼 있었다.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해 공무직 직원들은 자신의 계정으로 시스템에 접속, 부당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전산시스템상 허점도, 단속 자료 삭제 권한을 수년 간 남용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무 상 편의와 필요에 따라, 공무직 직원들에게 권한 부여를 묵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무기계약 근로자인 공무직 직원들이 신분·직무상 지위가 높은 공무원·구 의원의 청탁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위 아래를 막론하고 서구 공직 기강이 해이하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서구는 합당한 사유가 아닌 ‘청탁에 의한 무마’로 보여지는 단속 자료 삭제 건 140여 건에 대해서는 다시 과태료 부과 통보를 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정이 잃은 것은 과태료 세외 수입 뿐 만이 아니다.
관행·친분에 의한 부탁이라는 미명 아래 주정차 단속 무마가 일상화되면서 교통 지도·단속 행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행정이 지향해야 할 최소한의 형평성·공정성마저 저버렸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과태료를 꼬박꼬박 냈던 일반 시민들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 단속 실효성에 구멍이 난 셈이다. 법적으로도 공용서류 등 무효 혐의에 해당돼 청탁을 했거나 들어준 당사자들은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구청 안팎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서구 공무원은 “공직 내부에선 알면서도 묵인했던 측면이 있다. ‘과태료 4만 원 정도 가지고’라는 안일한 의식도 있었다”며 “공직 윤리 전반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단속 무마를 부탁한 쪽도, 이에 응한 쪽도 행정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라고 전했다.
참여자치21도 성명을 내고 “지역 공직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불법에 분노한다”며 “자치단체의 공직자, 지방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위·연고를 이용해 특혜 청탁을 당연시해왔다”라고 주장했다.
또 ▲민간 참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수사 의뢰 및 진상 규명·책임자 징계 ▲유사 사례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도 요구했다.
/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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