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넘은 풍년 들녘이 소금 논?”… 고삐 풀린 농지 태양광발전 곡창지대 영산강 벼농사 간척지서 때 아닌 ‘염해 측정’ 바람 |
| 2021년 03월 25일(목) 1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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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없이 농사를 지어온 농지도 ‘염해 농지’로 판정만 받으면 지자체 등을 상대로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개발행위 인·허가’ 절차를 손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과거 대단위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우량 농지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이라는 미명 아래 손쉬운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어 ‘식량 안보’ 확보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남 나주시 동강면 장동 들녘은 과거 바닷물이 드나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갯벌이었다.
지난 1978년 착공해 1981년 완공된 ‘영산강 하구언 방조제’ 덕분에 이 일대 갯벌 544㏊(164만5600평)는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옥토(논)로 탈바꿈했다.
이곳 들녘은 ‘나주 동강 간척지’로 불린다. 전국 12대 ‘러브미(米) 브랜드쌀 인증에 이어 전남 10대 우수 브랜드 쌀에 수차례 선정된 ‘드림생미’가 생산되는 알짜배기 곡창지대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9년 7월부터 염해(소금기 피해)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농지법 개정’ 이후 최근 몇 달 사이 민간사업자들의 영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갖가지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이 농지법 개정 본래 취지를 오도한 채 농업인들을 부추겨 멀쩡한 농지를 ‘염해 농지’로 둔갑시키려 하는 과도한 영업방식과 현실과 동떨어진 ‘고무줄 염해 측정 방식’ 때문이다.
여기에 농업인들을 교묘하게 현혹하는 사업 홍보 방식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모 업체는 태양광발전 사업 소개 홍보용 인쇄물에 ‘나주시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라는 문구에 이어 홍보물 표지에 ‘나주시 심벌마크’와 ‘한국수력원자력 CI(회사 마크)’ 등을 함께 표시해 마치 나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나주시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사업자와 단 한 차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주시 관계자는 “시 심벌마크를 사업 홍보용 인쇄물에 무단으로 사용하고, 마치 나주시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에 대해서는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확인된 농사에 적합한 농지를 염해가 있는 것처럼 둔갑하는 수법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는 주민 민원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도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리 회사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표시한 홍보물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홍보물을 배포한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제작해 제공한 홍보물이라 확인 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해명을 하지 않았다.
현재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나주 동강면과 무안군 일로·몽탄면 일대에는 2~3개 업체가 영산강 간척지 농지를 대상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계획상 가장 큰 사업은 표준 화력발전소 1기(500㎿)의 절반 규모와 맞먹는 ‘200㎿급’에 달한다.
간척 농지에 ‘200㎿급’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선 40년 가까이 아무 탈 없이 쌀농사를 지어온 영산강 일대 농경지 수 십 만평이 ‘염해농지 판정’을 받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염도 측정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쌀농사보다 많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민간업체들의 사업설명회 내용을 신뢰하는 일부 농업인들이 사업자들과 ‘농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업체들은 태양광발전단지 설치를 위해 간척지 논 1필지(4958.6㎡·1500평) 당 연간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20년 가동 후 농지 원상복구’ 조건부를 감안해도 벼농사 보다 많은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농민의 눈으로 측정할 때는 ‘소금기에 의한 피해’를 일컫는 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벼의 뿌리가 닿지 않는 심토층(논바닥으로부터 30~60cm 아래 지점)을 표본으로 측정하면 ‘염해농지’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멀쩡한 농지도 염분 농도가 5.5dS/m(데시지멘스퍼미터) 이상이면 ‘염해 농지’로 판정돼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염해 농지 판정 기준인 염분 농도의 경우, 과거에는 6dS/m였지만 현재 5.5dS/m로 완화된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농업인 A씨는 “아무런 문제없이 30년 넘게 쌀농사를 지어온 황금 들녘이 최근 들어 염해 농지로 판정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속으로 갈등을 했다”며 “정직한 농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사업 모델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