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안전… 아파트 붕괴는 예견된 인재였다

콘크리트 굳힘 미흡, 자재 불량 의혹도
지지·받침대 미리 철거해 하중 못 견뎌
지하층 ‘날림 시공’에 관리·감독도 부실

2022년 01월 16일(일) 17:51
사상자 2명과 실종자 5명을 낸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안전을 무시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부실설계·시공을 방증하는 정황과 함께 현장 안전 부주의와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종자 수색은 장기화될 국면에 놓였고, 당국은 붕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재발하면서 책임자 엄벌과 함께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39층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201동 23~38층 벽과 바닥 구조물, 거푸집의 연쇄 붕괴에는 여러 하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콘크리트 굳힘과 철근 배근·이음 기준 불량, 레미콘 품질(강도) 문제, 하중 지지·받침대의 이른 철거, 안전 관리·감독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인재로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3개 층에 대형 거푸집(갱폼)을 설치하고 타설한 콘크리트가 굳으면 레일을 따라 거푸집을 유압으로 위로 올리는 공법(RCS·Rail Climbing System)을 썼다.
하층 2개 층 벽체에 철심을 박아 거푸집 무게를 지탱하게 한 뒤 콘크리트를 붓고 맨 위층(3층)에 추가 타설하는 방식으로, 설비 무게가 많이 나가 콘크리트 강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하층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타설로 건물이 연쇄 붕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상층 타설 콘크리트 하중이 누적돼 철심이 뽑히면서 벽체·거푸집·바닥을 치고, 이 충격으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밖에 하청을 받은 타설 업체가 장비 임대 업체에 타설 작업을 맡겨 전문성이 떨어졌을 것이란 추론, 타설 뒤 관리가 부실했을 가능성, 영하권 강풍으로 콘크리크가 얼었을 가능성, 공사 진동 등도 붕괴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건물은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건축물의 뼈대를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로 하중에 취약한데도, 지지·받침대(동바리)를 미리 철거한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났다.
최상층인 39층 바로 밑의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을 비롯해 그 아래 2개 층까지 동바리가 보이지 않았다.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고 동바리와 벽체 거푸집을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콘크리트가 얼 수 있는 겨울철에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동바리를 28일 정도 둬야 하고, 콘크리트 굳힘 과정도 14일가량이 필요하다.
타설 작업 일지상 35층은 7일 만에, 36층은 불과 6일 만에 타설 공정을 마쳐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을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붕괴 직후 생선 가시처럼 드러난 철근 또한 콘크리트의 강도 문제(부착력 미흡)를 방증한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사고 11분 전 촬영된 39층 바닥 타설 영상에도 거푸집이 들린 뒤 가운데가 내려앉는 등 붕괴 조짐을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이 담겼다.
지하층의 날림 시공(콘크리트 떨어짐, 내벽 구조물 이격 현상 등),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붕괴가 멈춘 피난 안전구역(23층)에는 다른 층보다 기둥이 많아 하중을 잘 견뎠으나 다른 층은 기둥·벽면이 부족한 점,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쏘아 올리는 고압 공급 배관을 사용할 때마다 건물에 추가 하중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가설도 나온다.
안전 문제로 붕괴 건물에 기대고 있는 타워 크레인을 부분 해체하는 작업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국은 붕괴 충격으로 일부 파손돼 기울어진 타워 크레인 상층부 부분 해체 작업을 이날부터 하려 했으나 안전을 고려해 21일로 미뤘다.
많은 양의 잔해를 철거하는 과정의 추가 붕괴 위험성, 낙하물의 잇단 추락 등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있어 수색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과 공사 전반의 비리·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입건하고 현장 하청 노동자들을 불러 신축 과정의 위법 사항과 업무상과실 등을 두루 조사하고 있다.
/명준성 기자
이 기사는 the 대한일보 홈페이지(http://www.daehanilbo.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