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단수사태 큰 불편·혼란에도 광주시 궁색한 변명만

“시설 노후화 탓”… 2만8000여 세대 직접 피해
홍보·설명 부족에 큰 혼란… 대시민 사과없어

2023년 02월 13일(월) 17:31
지난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밸브 고장으로 인한 수돗물 범람 사고가 발생해 정수장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갑작스러운 단수 예고에 휴일 광주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단수 전후 미흡한 대처로 시민 불편과 혼란이 지속했다는 비판에도 광주시는 대시민 사과없이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시설 노후화 탓’이라는 점만을 부각하는 등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13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역 내 수돗물 생산시설은 동복댐과 주암댐 등 수원지 4곳과 취수장 4곳, 정수장 3곳이 있다. 정수장 3곳 중 각화정수장은 제4수원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함께 폐쇄됐다.
현재는 급수인구가 88만 명인 동구 용연정수장과 58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남구 덕남정수장 등 2개의 정수장만 운용하고 있다.
용연정수장의 생산용량은 일일 최대 30만t, 덕남정수장은 44만t이다. 150만 광주시민의 일일 최대 물 이용량은 53만t 안팎이다.
급수시설은 가압장 39개, 정수장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각 가정에 전달하는 배수지 18개가 있다.
이중 덕남정수장 유출밸브가 전날 오전 3시30분께 고장났다. 이로 인해 정수장 외부로 수돗물이 흘러 넘쳤다. 유출된 수돗물은 5만7000여 t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시는 전날 오전 11시42분께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서구·남구·광산구 일대 단수를 예고했다.
오전 이른 시간대 복구작업을 시작하고서도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복구 예상 시각이 지연되자 그 때서야 단수 예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갑작스런 통보에 시민들은 당혹감 속 각종 용기에 급히 물을 받아놓는가 하면 설거지나 세탁에 나서는 등 단수에 대비했다.
식당이나 카페·목욕탕 등 일반 가정 대비 물 사용량이 많은 자영업자들도 단수 예고 문자메시지에 큰 불편을 겪었다.
광산구 한 식당은 단수 소식에 저녁 영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서구 한 대형 브런치 카페는 단수 소식 이후 손님을 받지 않았다. 남구 주월동 한 목욕탕에는 ‘단수가 예고됐는데 영업하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서구 벽진동 주민 곽모(33)씨는 “단수 소식을 좀더 일찍 알려줬어야 했다. 1시간여 전에 알려주는 것은 너무하다. 외출 중 급히 귀가한 이웃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단수 예고에 따른 큰 혼란이 이어졌지만, 이후 몇시간 동안 구체적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는 별도의 안내는 없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공사 전 밸브를 고치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복구가 지연되면서 (광주시에)단수 안내 문자 발송 협조를 요청했다. 고의로 지연시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단수 예고 뒤 남구 양과동·행암동·진월동과 광산구 송정동·소촌동·산정동·선암동·선운동·운수동·매산동·삼도동·비아동·어룡동·우산동·월곡동·임곡동·평동·월전동·동곡동·연산동·지죽동 일대 급수가 실제 중단됐다.
덕남정수장 유출밸브 고장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은 배수지는 전체 18개 배수지 중 소촌·송정·덕남 배수지 3곳이다.
광주시는 전날 오후 늦은 시각 이 배수지를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한 가구 수와 주민은 5만5000여 세대 20여 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지난 이날 오전 5만5000여 세대가 아닌 2만8000여 세대가 단수의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내 대형저수조가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단수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암댐 물을 사용하는 덕남정수장은 각 가정에 물을 공급하는 배수지 5곳(송하·봉산·소촌·송정·덕남)으로 정수한 수돗물을 흘려보낸다. 배수지 5곳은 서구·남구·광산구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유출밸브 복구가 지연되자 상수도사업본부는 수계조절에 나섰다. 용연정수장의 수돗물을 송하·봉산배수지 공급 지역으로 흘려보내 해당 지역 내 단수를 예방했다. 그러나 용연정수장과 거리가 먼 나머지 3곳의 배수지 공급 지역에는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한 채 결국 단수를 시행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당초 안내 문자로 예고했던 서구·남구·광산구 지역 전체가 아닌 남구와 광산구 일부 지역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 과정 또한 홍보가 부족, 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단수가 실제로 이뤄지는지 등을 알지못해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서구 모 아파트 주민 윤모(53·여)씨는 “오후 1시부터 단수 조처가 시행된다고 했는데 이후 시간에도 수돗물 사용에 지장이 없었다”며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 욕조 등에 물을 받아놓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했다. 대시민 홍보가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단수 통보에 전날 하루 317건의 민원이 광주시에 접수됐다.
이날 오전 4시를 기해 남구 행암동·임암동(효천 1·2지구) 일대를 마지막으로 광주 도심 내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
당초 이날 0시 1분부터 광주시 전역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 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일부 배수지에 물이 들어차는 속도에 차이가 나 급수 지연이 발생했다.
다만 단수가 발생한 일부 가구에서 ‘물이 탁하다’ ‘이물질이 있는 것 같다’ 등 관련 민원 전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수도사업본부는 1994년 설치한 유출밸브가 고장나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각 배수지 수위를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시까지 물공급이 가능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오전 11시까지 유출밸브 수동개방이 이뤄질 경우 단수조처없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복구가 지연돼 11시40분께 단수 안내를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단수세대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5층 기자실을 찾아 “단수와 흐린 물 출수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안타깝다”며 “유사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을 개선하겠다”는 발언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광주시는 수돗물 피해보상심의회를 통해 보상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명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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