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는 밥이다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
| 2026년 09월 29일(화) 1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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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역시 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언어는 밥이다’라는 명제는 언어가 단순한 소리나 기호의 조합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살찌우는 영혼의 양식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류가 오늘날 구축해 놓은 찬란한 문명과 다채로운 문화는 모두 언어라는 그릇 속에 담겨 전승되어 왔다. 세대와 세대를 잇고, 사상과 감정을 교류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리를 탐구하게 만든 원동력이 바로 언어이다. 농부가 흘린 땀방울이 쌀알 하나에 결집되듯, 인류가 치러온 수많은 역사적 경험과 지혜, 고뇌와 희망이 모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집을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처한 언어의 현실을 돌아보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생명을 살리고 사회를 지탱해야 할 언어가 곳곳에서 참혹하게 오염되고 짓밟히고 있다. 흙탕물을 어지럽히는 미꾸라지처럼, 우리 사회의 언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거친 언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익명성의 그늘 뒤에 숨어 타인을 향해 쏟아내는 혐오와 멸시의 말, 정치적 이익이나 사적 탐욕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 뉴스,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던지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들은 이미 사회적 공해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미꾸라지가 맑은 못을 어지럽히듯, 정제되지 않은 악의적 언어는 타인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사회적 신뢰를 뿌리째 흔든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몸에 탈이 나고 건강을 해치듯, 오염된 언어를 매일같이 소비하는 사회는 정신적 아노미와 심각한 분열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언어의 남용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의식과 품격이 도덕적으로 몰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한 신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어를 신선한 이슬처럼 선용해야 한다. 새벽녘 풀잎 끝에 투명하게 맺히는 이슬은 온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적시며,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처럼 선한 언어, 아름다운 언어, 정직한 언어는 절망에 빠진 이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고, 갈등으로 대립하는 이들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놓는다.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영혼을 살리는 맑은 샘물과도 같다. 언어를 정제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을 도야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언어의 선용이 가진 가치는 무엇보다 우리의 다음 세대, 즉 아이들과 청년들의 미래에서 가장 눈부시게 증명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먹고 자란다. 어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맑은 이슬과 같을 때, 아이들은 비로소 타인을 존중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바른 인성을 형성하게 된다. 오염되고 자극적인 언어 환경 속에서 자란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존중과 배려, 진실과 지혜가 담긴 언어를 접하며 자란 청년들은 타인과 깊이 있게 소통하고, 높은 창의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다.
맑고 정제된 언어라는 토양 위에서 자란 아이들과 청년들이 비로소 자신의 삶에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된다. 그들이 맺는 열매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를 더욱 풍요롭고 성숙하게 만드는 영양분이 된다. 올바른 언어 습관은 청년들에게 건강한 자아를 선물하고,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포용력을 길러주며, 세상의 온갖 풍파를 헤쳐 나갈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길러준다.
언어를 바르고 경건하게 사용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거부할 수 없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리가 매일 대하는 밥 한 그릇에 감사와 경의를 담듯, 우리가 입 밖으로 낸 말 한마디에도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미꾸라지처럼 사회를 어지럽히는 언어의 오염을 경계하고, 새벽 이슬처럼 맑고 신선한 언어를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언어라는 거룩한 양식을 바르게 나누고 가꿀 때, 우리의 정신은 비로소 건강해지고 사회는 따뜻한 온기를 되찾게 된다. 그리고 그 단단하고 맑은 언어의 토대 위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청년들은 비로소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