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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민낯 드러낸 광주 클럽 붕괴’ 허술한 법규 개선 시급

클럽 정기 점검도 안 받고 자체 안전 진단 그쳐
소방특별조사도 대상·기간·사유 예고 뒤 진행
건축법 업주에게만 시설 유지·관리 일차 책임
칸막이 행정에 행정·소방당국 감독 책무 방기
“법규 사각지대 개선, 안전 의식 고취 등 필요”

2019. 08.11(일) 17:18

사상자 27명을 낸 광주 서구 클럽 불법 구조물 붕괴사고가 인재(人災)로 드러난 가운데, 허술한 다중이용시설 방재 규정과 관련 법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중소 다중이용 업소에 속하는 클럽과 유흥주점은 사전 예고 뒤 소방특별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행정·소방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건물주·관리인·업주가 재난과 관련한 ‘자가 점검(1~2년 주기)’만 하고 있어 체계적인 안전 진단·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11일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역 클럽과 유흥시설은 소방특별조사 위원회에서 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 소방당국의 정기 점검을 받지 않는다.
클럽 시설 면적(500㎡ 이상일 경우만)에 따라 소방·전기·가스 등 분야별로 전문가 위탁 점검만 하고 있다.
무단 증축 등 건축 관련 점검도 안전진단업체에 맡겨 2년에 한 번꼴로 관할 구청에 제출하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소방특별조사 대상 또한 한정적인 데다 조사 일주일 전 다중이용시설 관계인에게 조사 대상·기간·사유 등을 문서로 알린 뒤 진행된다.
소방특별조사를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진행하도록 규정한 소방법 개정안은 지난 5월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이에 사전 예고 기간 동안 관계인이 위법 사항을 은폐해 특별조사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역 클럽 전직 관계자들은 ‘사전 예고에 따라 비상구 앞 적치물을 옮기라는 등의 업주 지시를 받았다. 조치 뒤 점검이 끝나면 영업을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7월30일 소방당국은 붕괴 사고가 난 광주 서구 치평동 클럽에서 화재안전특별조사(각 분야 전문가 포함)를 벌였지만, 클럽 복층 구조물의 안전성과 불법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서구청도 지난달 클럽에서 붕괴 사고가 나기 전까지 무단 증축 사실을 알지 못했다. 건축 관련 자체 점검 결과서만 제출받고 단 한 차례도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버닝썬’ 사건 계기 특별 점검에선 위생 상태만 점검했다.
건축물 안전·유지·관리의 일차적 책임과 보고 의무를 건물주·업주에게 규정(건축법 35조)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와 각종 제재 권한(영업 허가·정지 처분 등)을 가진 지자체는 안전에 소홀했다. 해당 클럽이 위치한 건물은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이 같은 허술한 법규와 점검 속 클럽 운영진과 건물주는 지난 2003년 신축 이래 용도 변경 또는 증개축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며 안전불감증을 키웠다.
지난해 6월 클럽 복층 유리 바닥 깨짐 사고로 손님을 다치게 한 업주는 벌금만 내고 영업을 이어갔다. 수사·행정 기관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해당 클럽에선 안전 규정(1㎡당 1명 입장 제한, 100㎡당 안전요원 1명 배치) 미준수, 소방·건축법 위반, 안전사고 등이 잇따랐지만 관리·감독 기관의 저버린 책무가 더해져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재난 관련 법규 사각지대 개선 ▲자체 점검 전문·실효성 증대 ▲안전 의식 고취 방안 마련 ▲행정·소방당국의 재난 점검 전담 부서 마련 및 인력 증원 ▲뒷북 행정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시 점검하는 예외 규정을 적용한 소방특별조사는 사실상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예고 뒤 조사는 악용될 우려가 크다. 소방법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중시설 관계자들의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시설물과 규정을 잘 지킬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세금·화재보험료 감면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재난 위험이 큰 다중시설 위주로만 특별조사가 이뤄져 다중시설 90%가량은 민간에 안전 점검을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체 점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소방 특별조사반이 여러 업무를 병행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안전 점검만 전담하는 부서 마련과 전문인력 보강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도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황금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를 타파하는 게 우선이다. 광주시는 재난관리평가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게 아니고,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자본만 쫓다보니 황당한 춤 허용 조례를 만든 게 아닌지, 시민 안전 의식 수준은 어떤지, 정기 점검을 빠져나가는 건물주들은 어떤 편법을 쓰는지, 각종 규제 완화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안전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 선행적인 조사·조치가 필요한데 책무를 방기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참사는 반복된다. 두 눈을 부릅뜨고 감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광주지역 다중시설 4000여곳을 점검하는 행정·소방당국(시구청·일선 소방) 담당부서 인력은 각 6명 안팎에 불과하다.
/명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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