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혐의로 19일 또 기소되면서 ‘사법 리스크’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됐다. 추가 기소로 이 대표가 받아야 할 재판이 총 5개로 늘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이날 이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모씨, 전 경기도 공무원 배모씨도 역시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이 대표 등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관용차를 공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사용하고, 개인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사적 식사 대금을 지출하고, 경기도 예산을 음식값이나 세탁비로 지출하는 등 1억 653만원 배임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2022년 8월 배씨 등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 대표는 불송치 결정했다. 그러자 당시 경기도 7급 공무원이던 조명현씨가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지시 및 묵인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익위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유용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며 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
추가 기소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역시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5번째다.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사건을 비롯해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기소돼 있다.
당무 수행의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공직선거법 사건 등으로 통상 화요일과 금요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위증교사 재판도 월 1회가량 열린다. 더욱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재판은 수원지법에서 열려 서울과 수원을 번갈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재판이 증가하면서 이 대표가 법정을 찾아야 하는 횟수가 한 주에 최대 3~4차례로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건 규모를 고려하면 법원에 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며 “제1야당 대표로 각기 다른 5개 재판에 출석해야 하면 당무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이재명 대표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기소된 데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나”라며 “명백한 억지 기소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검찰이 대장동, 공직선거법, 위증교사에 이어 또다시 핑계를 만들어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며 “오늘 검찰 기소는 기소를 위한 기소”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이재명 대표를 옥죄어도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을 가릴 수 없고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덮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검찰이 야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야당 대표가 죽을 때까지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당이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는 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다른 재판에도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조 수석대변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 (대선) 후보 시절 선거법 관련 기소였고 재판이었다”며 “당에 미치는 바가 큰 만큼 그 부분(대선 보전비용 반환)을 검토하겠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당 차원에서 변호인 선임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 재판을 하는 건 당 차원에서도 (관여)하지만 관련되지 않은 사법 대응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 1심 선고 이후 연일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워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정치 수가 얄팍하다”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 1심 선고에 대해 희희낙락하는 것이 책임있는 여당 대표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사법 관련 팩트체크를 하고 여론에 호소하는 것을 사법부 압박이라고 하는데 이건 방어권이다. 한 대표야말로 사법부에 대한 권력 압박을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미룰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원내가 절차를 거쳐 진행할 텐데 계획을 변경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모든 절차는 다양한 요소들 때문에 계획을 가져도 수정하거나 변경, 보완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의지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