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 단어 하나가 주는 위압감은 무시할 수 없다. 과거 12·12사태나 5·18민주화 운동 등 계엄령이 선포되어 군사력으로 제압했던 과거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내부 혼란으로 야기된 국민의 저항 등의 문제들을 군사력으로 동원하여 제압하는 정치적으로 활용하여 해결한 것이다. 계엄령으로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기고 경찰, 군인의 탄압으로 민주주의의 역사에 상처를 줬던 과거 역사적 경험이 있었기에, 계엄령이라는 단어의 뜻과 위압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체감하고 있다.
계엄령이란 국가 비상시 국가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헌법 일부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군사권을 발동하여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긴급권의 하나로 대통령(최고 통치권자)의 고유 권한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전시 상황이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의해 선포되는 것이다. 전쟁 등과 같은 상황에 선포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 정치적 혼란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선포되는 것은 마땅한 것이 아니다.
12월 3일 22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갑자기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 이 속보를 접한 순간 남북 간의 전쟁이 일어났나 하는 무서운 상상도 했다. 오물 풍선, 대북전단 살포, 도로 파괴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던 남북 관계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관료 탄핵, 예산 탄핵과 특검, 민주당의 입법 독재 등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으며 이것은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재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23시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6가지의 내용과 함께 위반자에 대한 처벌 또한 제시되며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계엄령 선포에 따라 군인과 경찰들은 항명할 수 없으니 행동에 따랐지만 적극적이진 않았다. 의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약 6시간 만에 비상계엄령은 해제되었지만, 헬기 출동, 무장 군인들의 국회 난입, 경찰 통제 등을 접한 시민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세워야 했다. 이어서 국민들은 또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8년 전 촛불시위 데쟈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모두 부결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했지만 투표 이후 곧바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서는 권리조차 행하지 않으며 2/3의 정족수도 채워주지 않겠다는 올바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돌아와 주기를 간곡히 호소하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약 2시간여의 시간을 기다리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돌아와 주기를 몇 차례에 거쳐 호소하였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이콧하며 돌아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본인의 권리를 행사한 의원은 처음부터 자리를 지켰던 안철수 의원과 김여사 특검법 표결 이후 재입장하여 투표한 김예지 의원, 김상욱 의원 3명뿐이었다. 이 모습은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촛불과 피켓을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응원한 길거리의 국민들을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다 지켜보았다. 과연 맞는 처사인가 싶다. 굳이 투표까지 안 할 이유가 있을까. 반대 표에 투표하면 되는게 아닌가.
계엄령에 이어 탄핵안 부결 등 이번에 보여준 국가와 국회의 모습들은 우리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고 기록될 것이다. 외신들도 민주주의 모욕, 계엄 오판, 한국 정치 혼란 심화 등이라며 평가가 매우 좋지 않다. 탄핵안 부결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더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탄핵안을 계속해서 발의할 예정이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입장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어젯밤의 탄핵안 부결에 대해서 국민의힘에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믿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은 이 사과를 곱게 받아줄지 모르겠다. 대통령 하야, 국무총리 대행 체제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정파를 초월하여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도 길거리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역사 앞에서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젯밤의 국회의 1차 탄핵은 모면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탄핵은 시작되었다는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