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년전, 서남해의 작은 수군 만호진에 불과했던 목포! 그러던 목포는 1897년 10월, 대한제국의 탄생과 함께 자주적 개항으로 세계를 향한 항구의 문을 활짝 열어 근대도시로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그 첫 날개 짓도 얼마 되지 않아 일제 강점 아래 자주는 그 빛을 밝히지도 못하고 식민도시의 어두운 그늘에 갇혀야만 했다. 오랜 시간이 남긴 시류를 거슬러 꾸준하게 정직하게 살아온 ‘항구목포’의 발자취을 따라 이제 목포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비상의 나래를 폈다. ‘삼백년 원한 품은~ 목포의 노래’는 완연하지만 새로이 맺을 항구와의 사랑으로 요즘 목포는 싱그러운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설레이는 중이다. 그 설레임을 안고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목포, 오롯히 고스란히 쌓인 시간이 준 추억의 선물, 시화마을과 근대역사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자.
목포 스토리가 있는 근대역사거리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는 서울에서 ktx로 2시간대로 금새 도착하게 된다.
목포역에서 왼쪽으로 걸어나와 3~4분 정도 걸으면 70~80년대 목포의 중심지였던 오거리를 만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도 번화한 곳으로 인근에 동본원사 별원(현재, 오거리문화센터)와 구 호남은행(현, 목포문화원) 등이 남아 있다. 동본원사는 목포에 들어선 일본 첫 불교사원으로 정식명칭은 ‘진종 대곡파 동본원사’이다. 1898년 4월에 세워졌으며 1957년부터 목포중앙교회로 사용하게 되어 사찰이 교회가 되는 이색적인 약력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는 오거리문화센터로 개관, 각종 문화행사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보로 10분, 마치 영화 속 셋트장 같은 도심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긴 역사의 아픔과 견딤의 시간들이 남겨준 이색적인 공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자주적 근대화와 식민지 근대화가 교차하는 목포의 개항장 골목길과 근대역사의 거리이다.
구, 화신백화점에서 여류 화가의 화실로 활용되었던 김영자 아트홀을 지나 목포역과 항구가 가까워 일본으로 수송할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였던 붉은 벽돌창고를 비롯한 다양한 일본식 상가 주택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목포시는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 원도심 일원 총 394(천㎡)에 지난 ‘18년 ~ 22년까지’ 1897 개항문화거리 ‘사업으로 총 9개 사업을 5년간,’ 서산동 보리마당 도시재생 뉴딜사업 12개 사업을 4년간에 걸쳐 추진 중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또한 목포시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역사의 거리 일원에서 뜻깊은 문화예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10월 예향(藝鄕) 목포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역량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기존에 산발적으로 개최되던 다양한 축제와 공연·전시 등을 ‘목포(愛)가을(藝)페스티벌(樂)’로 통합하고 ‘가을여행은 낭만항구 목포’로 라는 슬로건 아래 8주간에 걸쳐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흥겨운 무대를 펼쳐 목포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역량을 실체적으로 브랜드화해 예향(藝鄕)으로서의 가치와 매력을 전국에 알렸다.
일제강점기 구석구석 얽혀진 수난의 고통 속 에서도 꿋꿋이 목포의 얼을 잊지 않고 숨겨진 저마다의 끼와 예술적 감각이 봇물처럼 터지는 순간이다. 예향의 도시 목포의 예술 문화는 끝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숨겨져 있던 근대역사의 잔상과 함께 잘 버무려진 한편의 드라마같은 스토리를 끊임없이 연출해 목포를 찾는이들은 색다른 감성과 매력에 빠지게 된다.

영화·드라마 촬영지 핫플레이스로
시화골목을 지나 걷다보면 목포를 품은 유달산 아래 일제강점기 시대의 잔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근대역사의 길을 한눈에 만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식민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는 후손들에게 과거역사를 일깨워주는 현장감 있는 역사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향의 도시답게 조선내화의 창업주인 고, 성옥 이훈동회장의 호를 따 후세들이 건립한 석조 단층인 성옥기념관에는 그가 모은 한국화와 서예작품등 다수의 소장품이 남도예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고, 모래시계, 야인시대 등 다수의 촬영지로 유명한 3,000여평의 거대한 개인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정원’도 있다.
유달산 남동쪽 기슭에 1930년대 일본식 정원으로 드라마 야인시대 및 모래시계 등이 촬영된 명소이다.
성옥기념관과 이훈동정원의 여운을 채 삼키지도 전에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색다른 빨간 벽돌 단아한 건물하나가 시선을 한눈에 뺏는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했던 ‘호텔 델루나’라는 드라마는 한류스타인 아이유와 여진구가 주인공으로 출연, 오싹한 사랑이야기로 인기몰이를 했다.
귀신호텔을 운영하는 장만월(아이유)와 지배인 구찬성(여진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인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가 바로 목포 원도심의 근대역사관이다. 구, 일본영사관이었던 근대역사관은 드라마 흥행과 비례, 작년대비 관광객들이 2배나 증가하였고, 드라마가 종료된 지금도 드라마속 의상까지 차려입고 연신 인증샷을 찍으며 힐링여행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버린 듯 과거의 세계로 되돌아간 착각을 느끼게 된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이 건물은 1898년 10월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져 목포시청, (구)일본영사관, 목포문화원으로 사용하다 2014년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개관하였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호텔델루나’ 촬영장소이다.
조용하고 한적하던 근대역사의 거리는 옹기종기 저마다의 컨셉을 잘 살린 게스트하우스와 옹기종기 예쁜 카페들이 생겨났다. 옛 일본식 집 정원을 그대로 살린 적산가옥이 스토리형 카페로 문을 열어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50년 전통을 이어 찹살떡을 만들던 할머니도 당당히 커피 바리스타가 되어 향기로운 커피와 손맛 좋은 떡을 셋트로 직접 만들어 주신다. 마치 한편의 행복한 드라마처럼 목포는 예쁘고 행복하다. 다양한 예능, 먹거리 프로그램 등 TV채널마다 ‘목포’라는 이름이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미디어 홍수에도 풍덩 빠져있는 목포의 조용한 매력을 한마디로 말한자면 필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해뜨는 낭만항구 목포!”

추억의 레트로여행의 메카 시화골목
‘그래도 나밖에 모르던 남편, 딸 하나 낳고 마흔여덟에 돌아가셔버리니… 연탄지게 져가며 온갖 잡일로 가버린 내인생…‘
목포의 서산동에 있는 시화골목에 새겨진 김말선 할머니의 ‘내인생’ 이라는 시이다.
시화골목에는 비탈진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서산동에 얽힌 삶의 희노애락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정겨운 골목길로 최근 인싸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보리마당에서 세 갈래를 갈라진 고작 100m 남짓의 비탈진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옹기종기 골목과 대문이 맞닿은 양지바른 곳에 주름살 가득 맘씨 좋은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옛날 구수한 이야기로 따뜻한 미소로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세 갈래의 골목이 만나는 지점에 영화 ‘1987’의 촬영지 ‘연희네 슈퍼’가 있다. 극중 연희(김태리)의 삼촌(유해진)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준비한 연희네 거처로 활용된 작은 구멍가게였다. 촬영 이후에도 연희네 슈퍼는 1980년대 레트로 분위기를 한층 더 느끼게 한다. 연희네 의상실에서 교복차림을 하고, 100원짜리 불량식품을 입에 물고 옛 추억을 찾아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관광객들을 보면 보는이들도 1980년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추억의 마술에 빠지게 된다.
2020년 한국인 여행자 3명 중 1명은 ‘느린여행(Slow Travel)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20 한국여행 트랜드‘에 따르면 2020 한국여행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 키워드는 ’느린여행‘으로 나타났다.
목포시는 ‘오래 갈 미래의 도시’를 슬로건으로 지난 해 10월 ‘슬로시티 목포 선포식을 개최하였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트랜드와 맞춤형, 레트로 여행지의 메카인 목포 시화골목이 최적지가 아닌가 싶다.
어부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정겨운 시화골목을 걸으며 쉬엄쉬엄 옛 추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걸어보는 여유를 강추한다.
/목포=김정헌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