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농심' 벼 5만㎏ 야적시위

  • 즐겨찾기 추가
  • 2026.10.06(화) 21:22
탑뉴스
'성난 농심' 벼 5만㎏ 야적시위
전남 농민들,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 국가수매제 촉구
  • 입력 : 2013. 10.23(수) 15:13
  • /하효성 기자
23일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면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전남지역 농민단체들이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쌀 생산비 보장하라."

쌀 농사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3년 만의 풍년이지만 농심은 타들어갔다.

"정부가 농업 회생에 대한 대안도 없이 농산물을 물가관리의 희생양으로 삼고 농민들의 생산비 보장은 안중에도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맹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인 23일 무안군 삼향면 전남도청 앞에 모여 성난 농심을 벼 야적시위로 분출했다.

입동을 앞두고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때지만, 농민들은 거둠의 즐거움을 뒤로 한 채 길바닥에 벼를 쌓아올리며 투쟁의 주먹을 쥐었다. 집회 현장 한 켠에는 최근 야적한 고추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농민들이 야적한 벼는 800㎏ 짜리 톤백 51가마와 40㎏들이 266가마. 총 5만1440㎏으로, 1t 트럭 52대 분량이다.

나주와 장흥, 해남, 무안, 영암, 보성, 영광, 진도 등 8개 시 ·군 농민들이 참여했다.

농민회는 "쌀 목표가격이 무려 8년간 동결됐다. 생산비와 물가를 반영해 새롭게 짜야할 때다. 정부가 내놓은 2%대 인상은 말도 안된다"며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목청껏 촉구했다.

이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식량주권을 지켜줄 유일한 제도인 국가수매제 도입을 요구하고, 전국 농어촌군수들도 촉구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꿈쩍도 않고 오직 농산물 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대로 라면 한 ·중 FTA로 농민들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어느 정부보다도 농심을 저버리고 농업을 천시하고 있다"며 "쌀 목표가격 결정에서 농민의견이 묵살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전남지역 올해 쌀 수확량은 83만5000t으로 태풍과 물난리로 흉작을 겪을 지난해(70만t)와 2011년(82만9000t)에 비하면 3년 만의 풍작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주장대로 쌀값이 문제다. 현재 쌀 목표가격은 80㎏ 들이 한 가마에 17만83원. 8년간 같은 수준으로 묶였다.

고심 끝에 정부가 지난 5월 내놓은 대안은 4000원 인상안. 2.35%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재고량이 넘친데다 목표가격을 올릴 경우 재배면적이 늘어 오히려 농민들이 손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생산비와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빈 껍데기라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쌀값은 지난 5년간 3.2% 하락한 반면 생산비는 10% 가량 상승했고, 물가는 무려 17% 가까이 뛰어오르다보니 손해보고 농사지을 수 밖에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과 농협수매가도 1등급 40㎏ 기준으로 각각 5만5000원과 5만4000원으로 물가상승률이나 농사 비용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추석 이후 벼멸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데다 쌀 소비량마저 줄어 농민들의 주름살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농민은 "쌀 목표가격 결정이 지연되면 변동직불금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혹여 상품성 문제로 친환경 인증 마저 취소되면 2중고, 3중고를 볼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쌀 목표가격이 정해져야 변동직불금을 집행할 수 있는데 이도저도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식량주권과 농민들의 어려움, 농가안정을 감안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효성 기자 tdh1234@naver.com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칼럼
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