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투자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체는 업체홍보에 악용하고, 자치단체는 치적쌓기용으로 활용하는 등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이다보니 소위 '먹튀'나 사기 행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공직자들은 "지뢰밭과도 같다"며 딜레마를 호소하고 있다.
◇먹고 튀고, 사기까지
전남도청 전 투자유치 자문관 최모(44)씨. 최씨는 2011년 8월 부도위기에 놓인 중소중장비업체 대표 김모(65)씨와 짜고 이 회사 공장이 수도권에서 전남 영광으로 이전할 것처럼 속여 혈세 7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 김씨는 그 사이 해외로 도피했다.
지방투자촉진기업 이전지원 보조금을 노린 범행이었고 전남도, 영광군과는 보란듯이 MOU까지 맺었다.
3700여 명의 피해자를 낳은 에코넥스 역시 원천기술도, 아시아 총판권도, 해외수출 실적도 없는 상태에서 떡하니 MOU를 체결했고 자치단체장들과의 MOU 체결 당시 사진과 동영상은 더 없는 투자 촉진제가 됐다.
지난해 7월 강원도에서는 3만3000㎡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며 도와 MOU를 체결한 뒤 이를 미끼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사기 행각을 벌여 수 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입건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MOU 체결 전 공장가동 여부 등 기본적 사실확인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한 업체 관계자는 5일 "선거철이 다가오면 기업 유치에 목을 맨 지자체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MOU를 체결한 뒤 마치 수백 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처럼 2∼3년간 기업홍보에 우려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MOU가 법적구속력이 없다 보니 아니면말고식 체결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 투자정책국 관계자는 "에코넥스측이 도지사 얼굴이 포함된 협약식 사진을 무분별하게 마케팅에 활용해 3차례 공문을 보낸 끝에 시정하는 일까지 있었다"며 "사기성이 농후했는 데도 제때 바로 잡지 못한 것이 큰 화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5년새 포기·보류 투자금 10조
2008년부터 올 8월 말까지 전남도가 국내·외 기업 1455곳에서 유치한 투자금은 76조5088억원. 이 중 16.4%인 238개 기업이 투자를 포기 또는 중단했다. 이들 기업이 포기하거나 중단한 투자금은 9조9934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기업의 자금난과 사업 재검토가 주된 이유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전남도가 성급하게 MOU를 체결하고 그 실적을 홍보해 온 것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다"며 "협약 체결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체결 당시 기업의 자금 사정과 투자의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협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지난해 하반기까지 전남도나 일선 시·군과 MOU를 체결한 업체는 모두 1360곳. 이 중 실질 투자가 성사된 업체는 697곳(51.2%)에 이른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업체 663곳 가운데 109곳은 자금이 없어서, 87곳은 산단이 조성되지 않아서, 70곳은 부지 문제에 발목이 잡혔고 아예 사업을 포기한 업체도 65곳에 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MOU를 체결한 1172개 업체가 협약 당시 약속한 투자액은 69조7735억원에 이르지만 실현된 금액과 고용 창출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전남도의회 김탁 의원은 "MOU 투자실현 평가 시한은 3년이면 충분하다"며 "기업들이 내실보다는 과대 홍보를 위해, 지자체 입장에선 단체장 치적쌓기로 MOU가 악용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후평가-감별시스템 필요"
허술한 행정, 실적에 급급한 성과주의, 엉성한 감시감독 체계가 버무려져 빚어진 먹튀나 사기 행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 행정 전반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주경실련 김기홍 사무처장은 "MOU가 강제성이 없어 투자실현율이 낮고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이 동원되는 경우까지 있어 MOU 가치를 떨어트리는 사례가 적잖다"며 "체결 후 실질투자율에 대한 철저한 사후평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실련 전남협의회 관계자는 "묻지마식 유치보다는 먹튀기업을 차단하고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별시스템과 함께 총괄기획 기능이 절실하다"며 "기업유치와 투자는 고도의 비즈니스 영역인 만큼 냉정한 행정시스템과 전문가 집단을 활용할 필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기업유치는 늘 사고위험이 있어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라며 "먹튀나 사기피해가 없도록 선택과 집중, 꼼꼼한 협약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형석 기자 tdh1234@naver.com

2026.10.06(화) 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