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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랜맨’(감독 성시흡)의 ‘정석’이다. 강박·결벽증이 있어 매사에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삶이 답답하고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정재영(44)은 ‘정석’을 “현재를 사는 현대인”이라고 정의했다. “1초 단위까지는 아니지만, 영화 속 정석의 행동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일정 하나가 뒤틀려도 예민해진다. 시간이 금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계획이 어긋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산만해지는 정석과 달리, 정재영은 시간의 노예를 거부했다. 심지어 결혼 때 예물시계도 생략했다.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시계가 있으면 계속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촬영할 때 빼놓고는 게으른 삶을 즐긴다”는 고백이다.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생활한다. 계획도 안 세우고 일을 저지르지도 않는다. 운동도 안 하고 취미도 없다. 게으른 사람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다. 취미를 가지려고 해도 골프는 말도 안 되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또 추운 겨울에도 운동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시도해본 적은 있다. 테니스, 골프, 심지어 낚시도 해봤다. 하지만 다 안 맞더라. 공부해야 하는 게 문제였다. 야구 경기를 봐도 선수 이름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가서 보려니 재미가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 걸 의무적으로 취미로 만들려고 하니 애정이 안 쌓이는 것 같다. 지금은 다 실패하고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게 취미가 됐다. IPTV 때문에 영화도, 방송도 볼 게 많다. 여행도 TV를 켜 놓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런 정재영이 ‘플랜맨’을 연기한 게 놀라울 정도다. 전에 해보지 않은 코미디 장르를 택하면서까지 말이다. “외줄 타기를 누가 잘하느냐의 싸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절제하면 밋밋하고 과하면 안 한만 못한 장르다. 육체적으로는 고생이 덜하지만, 조절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중심은 진심에 뒀다. “진실하게 연기하는 게 기본이었다. 드라마나 캐릭터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서 웃기려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 관객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 있다. 그런 장면이 몇 번 이상 반복되면 큰일이 난다. 코미디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창정, 김수로, 차태현이 연기하면 또 다른 스타일의 ‘정석’이 탄생한다. 나는 몸으로 웃기는 재주가 없다. 대중적이지 못한 편인데 다행히 이번 영화는 캐릭터가 보이는 작품이라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껏 연기한 작품 중 가장 과장한 인물이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과정 자체는 즐거웠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유쾌하게 찍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1996년 연극으로 데뷔해 19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아직도 “현장이 즐겁다”며 일 자체를 즐긴다.
“물론 힘든 적도 있다. 연기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할수록 새로운 걸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처음 연기할 때는 어설플지언정 신선함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수는 하면 안 되고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매번 성형수술을 할 수도 없고. 또 목소리와 성대를 바꿀 수 없지 않느냐?”고 눙쳤다.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정재영은 ‘플랜맨’으로 관객을 만나자마자 바로 배우 현빈과 찍은 ‘역린’으로 관객을 다시 찾아온다. ‘이끼’ 중 할아버지 이장 역할을 비롯해 조폭 두목, 결벽증 총각 등을 거쳐 찾은 내시 역할이다. 오래된 배우에게 오는 매너리즘, 그것은 배우 정재영과 동떨어진 단어였다.
편집팀 tdh1234@naver.com

2026.10.06(화) 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