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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부담으로 작용한 묵직한 메시지는, 결국 머리를 강타했다.
평범한 집안의 가장 상현(정재영)에게는 여중생 딸 수진이 세상의 전부다. 이런 딸이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살아갈 이유를 잃은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메시지 한 통이 도착한다. 문자에 찍힌대로 찾아간 주소지에서 딸의 영상을 보고 낄낄거리 철용을 발견,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철용의 핸드폰에서 발견한 또 다른 공범 두식의 존재를 알게 된 상현은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수진이 살해당하면서부터 관객의 감정 제어장치를 건드린다. 중간중간 치솟는 울화도 참을 수 없다. 대한민국 청소년 범죄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작정한 듯 영화는 시종일관 침울하고 무겁다.
영화 속 가해자들은 모두 죄의식이 없다. 상현이 휘두르는 둔기에 철용은 "제가 안 훔쳤어요. 살려 주세요"라고 사죄한다. 철용에게 신종 마약을 실험하기 위해 여학생을 납치하고 강간·살해한 범죄가 아이패드를 훔친 범죄보다도 가볍다. 공범 두식 역시 중죄를 저지르고도 스키장에서 여유를 즐기는가 하면, 자수하기 전 실컷 놀기 위한 자금 마련에 힘쓴다.
남의 탓 하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가해자가 철용의 부모는 억관(이성민)을 찾아와 "열일곱 살이 죄를 지어 봤자지"라고 말하면서 상현을 꼭 찾아달라고 오열한다. 철용이 유통한 성매매 영상으로 자살한 또 다른 피해자의 눈물과 교차할 때는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범죄에 애 어른이 있느냐'면서도 현실은 미성년자의 살인에 면죄부를 준다. 같은 살인죄를 두고도 상현에게는 '사살', 두식에게는 '생포'를 명령하는 현실이다. 수진을 죽인 청소년을 놓고 경찰과 의사는 "사인이 강간이 아닌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신부전증"이라며 "길면 7년, 아니면 6개월 만에 나오겠네"라며 한숨을 내쉰다. 직접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소년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되는 불편한 현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감독은 그럼에도 미성년자의 범죄를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보는 동안 죄인이 된 듯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겁고 불편하다고 영화를 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10일 개봉.
편집팀 tdh1234@naver.com

2026.10.06(화) 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