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장성 효실천 사랑나눔요양병원(이하 장성 효사랑병원)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요양병원 인·허가 과정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공무원 유착 등 인·허가 비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광주지검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일 광주시청 복지건강국 건강정책과에 수사관 6명을 보내 광주 효은요양병원을 비롯한 광주지역 요양병원 인·허가 관련 장부 등 두 상자 분량의 서류 70∼80점과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화재 참사와 관련해 소방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지 꼬박 2주일만이다.
효은병원은 지난 5월28일 입원환자의 방화로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장성 효사랑병원과 일종의 자매병원으로, 두 곳 모두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4)가 실질 이사장이다.
경찰은 화재 다음날 장성 효사랑병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지난달 3일 장성보건소와 효은병원, 소방안전점검업체, 20일 전남소방본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날 광주시청까지 차례로 들러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효은병원 간호사 2명이 두 상자 분량의 중요 서류를 숨기려다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수사당국이 시청 압수수색까지 단행하자 의료계 사각지대로 떠오른 요양병원 인·허가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이목에 집중되고 있다.
광주시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씨의 딸이 서류상 대표를 맡고 있는 효은병원은 2011년 4월 광주시에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 처분을 받았다.
병상 과잉 공급이 문제가 됐다. 광주시 제5기 지역보건의료계획(2011∼2014)에 따르면 광주지역 요양병상의 전체 공급량은 2809병상으로 수요량 2369병상보다 440병상이 많고 특히, 설립 예정지인 광산구의 경우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300병상 많아 병상 과잉지역으로 규정돼 신규 개설이 억제됐다.
재무구조도 총사업비 62억3500만원 중 26억원을 금융 채무로 조달키로 해 부채 비율이 41.7%(기준치 30%)에 달한 게 문제였다. 기본재산으로 밝힌 2756㎡의 땅과 연면적 3846㎡의 건물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았다.
이에 병원 측은 일부 서류를 보완해 한달 뒤 허가를 재신청했으나 유사한 이유로 또 다시 반려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2011년 7월 광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5개월만에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 또 허가기관의 공적 견해가 있기도 전인 2011년 2월로 착공일을 정하고 기존 찜질방을 요양병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열 기자